[청정레터🥔🥔 ] 변화의 시작점

2022. 9. 20.

[청정레터🥔🥔 ] 변화의 시작점

안녕하세요, 청정위원회 회원 여러분!

이번 주에도 새로운 주제와 함께 통회원이 돌아왔습니다😊

오늘은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님이시자 차기 한국심리학회 회장이신 최진영 교수님과 함께합니다. 교수님께 정신건강 관련 제도의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우리가 평소 정신적인 문제를 경험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등에 대해 여쭤보았어요. 교수님의 연구실에서 진행된 이번 인터뷰를 통해 정신건강 제도와 관리법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청정레터 구독자 여러분들께도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어요 :)

이번 레터에서 다뤄볼 내용은 크게 다음과 같습니다.

[part 1] 정신건강 문제의 현황

[part 2] 부실 상담 문제 & 법제화

[part 3] 건강한 정신을 위한 교수님의 조언

그럼 오늘도 통회원과 함께 떠나볼까요? 😆

정신건강 문제 현황

🥔: 안녕하세요, 최진영 교수님!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접하게 될 많은 청년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네, 안녕하세요. 저는 최진영이라고 하고 현재 서울대학교 심리학과에서 임상 심리학과 신경 심리학을 가르치고 있어요. 조현병을 비롯한 인지 저하 질병들과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 건강적인 문제들, 주로 이런 것들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제가 요즘 청년들에게 관심이 정말 많아요. 이렇게 직접 청년들과 인터뷰를 하게 되니 저도 정말 기대가 되네요.

🥔: 먼저 청년들의 정신건강 문제 현황을 짚어보려고 하는데요. 올해 청년 마음건강지원 사업 신청자 중 서울 거주 청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리검사 결과, 약 40%의 청년들이 위기군에 해당하였습니다. 그리고 위기군 중 절반이 넘는 청년들이 당장 치료가 필요한 고위험군으로 확인되었다고 해요. 이런 현상에 대한 교수님의 견해를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우리나라는 청년뿐만 아니라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심리적인 문제를 경험하고 있어요. 2018년의 조사에 따르면 이러한 문제를 경험하는 사람이 10명 중에서 8명이에요. 또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사람은 4명 중에 1명으로 꽤 높죠. 4명 중 1명, 25%의 사람들이 치료가 필요한데 현재는 10명 중에 1명밖에 치료를 안 받고 있어요. 그래서 제가 물어봤죠. 왜 치료를 안 받느냐 물었더니 "그냥 가만히 두면 낫겠죠.", "어딜 가서 치료를 받아야할지 모르겠어요."라고 답하더라고요.

추가적으로 우리나라는 심리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매우 떨어져요. 그래서 OECD가 2013년에 우리나라에 '전 국민에게 질 좋은 전문적인 심리 서비스를 제공하라'라고 권고했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20년간 자살률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어요.

부실 상담 문제 & 법제화

🥔: 교수님께서는 올해 3월 국제 포럼에서 ‘민간 심리 자격증으로 인한 부실 상담’을 지적하셨습니다. 심리 상담 자격의 취득 기준이 낮은 것과 심리 상담사들의 인력이 적은 것 또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 놓쳐서는 안 될 문제인데, 이에 대해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여기서 굉장히 중요하게 짚어야 할 문제가 있어요. 사실 심리 상담이란 건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 사용하고 있는 용어예요. Counseling Pshchology, 상담 심리학이라는 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심리 상담'이라고 붙여서 하는 서비스는 근본이 없어요. 급격한 경제 성장과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공동체의 정신 건강은 다 무너졌는데 이에 대처하는 준비를 안 해놓은 거죠.

정말 심각한 것은 OECD 회원국들 중 심리사법을 안 만든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는 거예요. 이렇게 제대로 된 준비도, 법도 없이 공동체의 정신 건강이 무너지니까 급하게 민간 자격증을 확대시켜버린 거죠. 지금은 4천 개로 줄었지만 원래는 자격증만 8천 개였어요. 결국 근본 없는 서비스는 넘쳐나는데 사람들이 이것을 찾아가지도 않고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누굴 찾아가야 할지도 모르겠고 믿지도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요.

🥔: 교수님께서는 <내 생각은>이라는 오피니언에서 심리 서비스 전문가 교육 및 양성이 민간 주도로 이뤄지고 있어 제대로 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자격이 부족한 상담가와 전문적이지 못한 상담이 직간접적으로 미칠 수 있는 영향은 무엇일까요?

너무 위험하죠.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고액을 주고 상담사를 찾아갔는데 이름이 잘못되었다고 작명을 해주지를 않나, 성폭행을 당한 여성에게 여성 호르몬이 너무 많아서 그렇다고 하질 않나. 심지어는 전자발찌를 차고 있는데 심리 치료를 하고 있는 사람도 봤어요.

심리적인 문제, Mental Disorder은 사람이 사는 문제예요. 정말 중대하고 치명적인 문제인데 제대로 자격조차 갖추지 않은, 제대로 심리학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상담하고 치료하면, 나중에 더 오랜 치료를 필요로 할 수밖에 없죠.

🥔: 같은 오피니언에서 정신건강 서비스의 올바른 제도화가 필요함을 역설하신 기억이 나는데요.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심리 상담 자격과 관련된 제도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을까요?

아까도 간단히 이야기했지만 우리나라는 심리사법이 없어요. 심리사법이 없으니까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은 많아도 전문적인 치료와 상담은 받기 어렵죠. 원래 전문적인 심리 치료는 ‘심리 평가’라는 것을 동반해야 해요. 심리 평가가 뭐냐면 환자의 문제를 알기 위해서 심리 사회적인 요인이 뭐가 있는지를 먼저 파악해야 하는 거예요. 그리고 정확한 평가서를 환자에게 제공하도록 되어있어요.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심리 검사'가 아닌 ‘심리 평가’가 이루어져야 실질적인 치료가 가능해요. 실제로 일본은 이번에 이 심리 평가를 법제화했어요. 우리나라의 ‘심리 상담’이라고 하는 서비스들처럼 구두로만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체계적인 시스템과 법제화가 당장 필요한 겁니다.

건강한 정신을 위한 교수님의 조언

🥔: 이루고 싶은 목표를 낮추었을 때, 그 자체로부터 포기한다는 느낌을 받아 좌절하는 청년들이 있는데요. 좌절감에 빠지지 않고 현실적인 목표를 잡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목표와 현실의 간극을 줄이는 법에 대한 교수님의 조언을 듣고 싶어요.

목적과 목표를 잘 구분하고,

내 삶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가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지금 연구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Purposing Life', '삶의 목적이 우리의 건강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예요. 돈을 많이 벌고 싶다든가 하는 목표가 강한 사람들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와요. 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거예요. 물질적인 가치만이 목표인 것은 진정한 삶의 목적이 뚜렷하게 없어서일 수가 있어요.

결국 진정으로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뭐고,

나는 무엇을 목적으로 잡고 살아가야 하는지

끊임없이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이 좌절하지 않고

꾸준히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봐요.

🥔: 청년세대 중 특히 Z세대는 다른 세대들에 비해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매우 받는다’는 응답이 높다는 조사 결과를 접했어요. 사회적 요인들은 물론이고 평범한 일상생활에서까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이에 대한 관리가 꼭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마음 건강을 위해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정신적으로 힘들 때는 우선 나의 상태를 의식해야 해요. 지금 내 마음이 어떤지, 내가 왜 불편한지,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의식하는 것 자체가 뇌에는 굉장히 좋게 작용해요. 그리고 휴식을 취해야 해요. 핸드폰을 보거나 컴퓨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나를 쉬게 만들어주는 게 중요해요. 그래서 걷는 게 가장 좋다고 이야기하죠. 우선 내가 몰두하고 있던 환경에서 벗어나야 해요.

추가적으로 중요한 건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해서 그 해결 방법으로 자신을 위하는 행동을 한 가지만 하지 말라는 거예요. '나 지금 스트레스 받았으니까 술 먹어야 해.' 혹은 '담배를 피워야 해.' 이런 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행동을 어느 하나만으로 집중시켜 놓으면 그것이 결국 중독으로 이어지니까요.

🥔: 다음으로, 코로나 상황과 연관 지어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교수님의 시론에서 코로나19 상황 속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심리적 고립으로 이어지며 사람들의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내용을 보았습니다. ‘코로나 블루’라는 말까지 나올 만큼 많은 이들의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는데, 이와 같은 현재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금 전 세계적인 데이터를 보면, 코로나로 사망한 한국 사람들의 수에 비해 한국의 불안 수치는 지나치게 높아요. 불안이 매우 급속화되어 있는 거죠. 그 이유는 재난 상황이 닥쳤을 때 사람들의 정신건강이 완전히 무시된 정책들이 시행되었기 때문이에요. 다른 나라의 사례를 먼저 살펴볼까요?

대만은 2002년에 심리사법을 만들었기 때문에 소외되는 사람들, 사회적 거리 두기에서 예외를 두어야 하는 사람들을 미리 파악하고 그것을 정책에 녹여냈어요. 또한 유럽 몇몇 국가는 코로나 상황에서도 변함없이 학교를 개방했어요. 부모님의 불가피한 출근과 사회적 거리 두기로 혼자 남겨진 아이들을 돌보기 위한 것이었죠. 이탈리아는 장례 행렬을 허용하고 미국과 캐나다도 아주 힘든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족들이 모여서 장례 절차를 치를 수 있게 해줬어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장례 절차에 관해서도 매우 엄격한 기준을 두었잖아요. 이러한 불안으로 인해 코로나로 인한 심리 고위험군이 엄청나게 늘어났어요. 사람들이 정신건강과 관련해 받을 피해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은 것이 우리나라의 한계인거죠.

🥔: 네, 교수님의 전문적인 조언 너무 잘 들었습니다:) 이제 거의 마지막 파트까지 왔는데요.

통감은 정신건강과 관련해 함께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공론장, <청정지대>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공론장을 형성하고 해결책을 함께 도모해 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생각을 공유하는 과정 속에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저는 매우 긍정적이라고 봐요.

청년들이 모여서 정신 건강과 관련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공감해 주는 건

굉장히 도움이 되니까요.

저는 당사자 운동을 매우 지지해요. 왜냐하면 그 사람의 문제는 그 사람이 제일 잘 알기 때문에 스스로가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해나가야 의미가 있거든요.

주의해야 할 점은 급진적인 태도도 필요하지만 건설적인 대안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청년들이 모여서 여러 사회 심리적인 요인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 '그다음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떤 발전과 변화가 이루어져야 할까' 이런 것들을 진지하게 생각을 해보면 좋을 것 같네요.

🥔: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접하게 될 수많은 청년들에게 한 말씀 해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목표'를 설정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삶의 '목적'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말을 하고 싶네요. 영어로 'Goal' 하고 'Purpose'는 약간 의미가 다르잖아요. 근데 또 염두 해야 할 건 삶의 목적 같은 것은 젊었을 때부터 확고하게 잡히기는 어렵다는 거예요. 자기가 키워가야 하는 거죠.

나무를 키우듯이

자신의 삶이 가지는 의미,

자기가 살아가는데 두고 싶은 의미는

자신이 계속 키워가는 거예요.

지금까지의 입시 제도도 그렇고 우리나라는 청년들이 목표 지향적인 삶을 살아가게 만들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삶의 목적에 대해 계속 생각하면서 그 의미를 키워나갔으면 좋겠네요.